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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 저자의 메시지
책에 대한
(뒷 표지)
진실과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 끝에 이 세계적인 화가는 제주에 다다랐습니다. 어린 여자아이들과 춤추는 말이 있는 이 신비로운 섬에서 그는 예술의 ‘첫 번째 불꽃’, 모든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근원에 깃들어 있는 마법 같은 영감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예술이란 어떤 작품이든, 어떻게 만들어진 작품이든, 모두 ‘첫 번째 불꽃’에서 시작한다는 것. 예술은 사소하기만한, 그래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생의 단편이 문득 그 진면목을 드러내며 삶의 위대함을 일깨워주는 순간에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그 한 찰나는 마치 잘 다듬은 보석처럼 빛납니다. 이것을 사람들은 ‘영감’, ‘통찰’이라고 부르던가요? 이름이 무엇이든, 그것은 불꽃과도 같습니다.
그것은 번개와 같은 빛으로, 천둥과 같은 힘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은밀한 모습으로 나타나 귓가에 속삭이기도 합니다.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것은 아이들의 특기입니다. 아이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놀이(무대)에서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 실린 작품과 이야기를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가장 인상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무대에서 가장 뛰어난 배우입니다. 아이들은 ‘지금 이곳’에서 ‘다른 저곳’을 상상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른은 연습을 통해서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현실을 위반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보석처럼 날카롭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감지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저 세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미술, 문학, 연극, 춤, 음악, 시 작품들이 태어났고 앞으로도 태어날 그곳으로요.
제주도, 한국의 최남단에 있는 신비의 섬이 이 책의 무대입니다.
세 어린이가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들은 그들 자신의 모습을 연기했다는 의미에서 더없이 훌륭한 배우입니다. 동시에 그들은 어른의 옷을 입고서 놀이(무대)에 위엄을 더하고, 이 놀이를 통해 그들 자신 또한 달라집니다. 그들은 한 늙은 화가를 놀이의 관객으로 끼워줍니다. 그는 나이를 잊고 자기 안의 어린 아이를 봅니다.
창조적인 놀이는 사물의 현상태를 바꾸어놓습니다. 이것은 예술가에게 ‘첫 번째 불꽃’을 선사하기도 하지요. 보이는 것 뒤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아주 짧은 순간의 일입니다. 그 전부를 체험할 수도 있고, 혹은 겨우 파편들만 만날 수도 있지요. 어느 경우든 간에, 화가는 곧 작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 순간이 지나면 끝이니까요.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뭐라도 좋으니 도구가 될 만한 것을 찾습니다. 종이와 연필, 모래와 나무 막대, 평평한 바위와 뾰족한 돌, 그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예술은 바로 이런 물건들로 시작합니다. 화가의 도구는 점점 더 그럴 듯한 것으로 진화하고 때로는 화가에게 그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화가는 기꺼이 그것들을 손에 쥡니다. 예술을 익히는 최고의 방법은 사라지지 않는 질문들에 답을 구하는 것입니다.
예술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화가는 예전에 어떤 화가들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몰아치는 격랑에 어떻게 맞서 버텼는지, 혹은 무너졌는지 알고자 할 때에만 역사를 들여다봅니다. 그의 배움의 동기가 어떤 이기적인 목적이 아닌, 순수한 것에 있다면, 그는 아무리 어렵고 긴 공부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화가로서의 삶에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뜻하지 않은 순간, 화가는 눈을 뜹니다. 그의 마음에 각성이 이는 것이지요. 이것이 예술이라는 퍼즐의 가장 순수하고 심오한 한 조각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다룹니다. 그 순간이 없다면 라파엘도, 렘브란트도, 르누아르도, 반 고흐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예술이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도 예술을 사랑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의 거친 마모를 견뎌내고 살아남은, 그리고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을 그 아름다움과 진리와 고결함에 찬사를 보내는 이 하나 없을 것입니다.
유령 산의 여신
이 책을읽는당신이 이 섬에살거 나 그렇지 않거나,한 가지 알아 두 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물론,제주 의 아름다움이야
모두가 익히 알고 있을 테지요 해변이며 암석 해안이며 바람이 가득한 하늘과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초록이 무성한 숲과 들판……. 하지만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아마 당신의 눈에 잘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제주는 곳곳에 신화와 전설이 깃들어 있는 마법과도 같은 섬 입니다 혹시 알고 있나요? 눈에 잘 띄 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지만,제주에는 무척 재미있는 사 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 섬에는 대단한 이야기꾼들이 살고 있다는사실을요.
수많은 입술이 동시에 움직이며 소리를 낸다고 생각해 보세 요 과연 그저 시끄럽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성당이나 절에 가 보면 많은 사 람들이 저마다 성경이나 경전을 큰 소리로 외우거나 노래를 부르지요 그리고 그 모든 소리들이 모여 길고 냥랑한 하나의 음i으로울려퍼집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음성’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마읍이 담긴……. 말러나 베토벤의 후기 작품에서 관 악기와 현악기로 연주되는,오랫동안 공중에서 춤을 추는 아 름다운소리 말입니다.
그 소리를 한번 발견하게 되면 어느 장소에서든 다시 그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있고 귀를 닫는 사람도 있겠지요 누구에게나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당선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 소리는 언제나 그곳 에았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믿기지 않나요?
고즈넉한 언덕배기나 해안가를 찾아가 보세요 제주에는 혼 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았는 장소가 꽤 많으니까요. 가만히 서 서 이 지구가움직이는소리를들어 보세요.
다만 내가 말한 ‘인간의 음성’을 들으려면,좀 더 집중해서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야 합니다 멸리서 들려 오는 까치의 인사나 바위를 거세게 핥고 물러가는 파도 소리 같은 사소한 것 에 마음을 빼앗기면 안 됩니다.
그러고 나면 바다와 바람, 몸을 뒤척이는 풀들이 만들어 내 는 단조로운 음들 바로 뒤에 이어지는 어떤 소리를 듣게 될 겁 니다.
물론처음부터 다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조금 만 더, 자연의 소리에 머물러 보세요. 어느 순간 그 소리들 뒤 에 다가오는 희미한 소리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이건 마치 악기의 현을 미세하게 조율하는 일과 같습니다. 한번 정확하게 맞춘 음은 아주 선명하게 들리는 것처럼요. 수천 명의 사람 이 동시에 끊임없이 속삭이는 이야기 소리……. 단 한 번, 그 소리에 당신의 마음을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아마 왜 지금까지 이 소리를듣지 못했을까,하고 어리둥절해질 거예요.
이 땅에 생명이 태어난 순간,그리고 당선과 내가 이야기를 나 누는 지금 이 순간까지의 긴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수백만가지 이야 기가 들려 올 것입니다.
그래요,제주의 깊은 곳에는 여 러 영흔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에게 다른 시간,다른 세계의 삶을 전해 줍니다. 이 영혼들,아마 ‘유령’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지요? 그들과 우리는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는 힘들지요. 대신,우리 가 인내심을 가지고 한 자리에 꿋 꿋이 서 있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들려 줄 겁니다.
보통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 만,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건넵니다. 그러니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요. 유령의 메시지는 수수께끼처럼 다가오니까요. 나무나 말 거센 바람,혹은 고개를 숙인 시든 꽃에 담겨 있기도 하지요. 때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옵니다.
노인들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섬의 전설이나 신화,혹은 자신들이 꾸며낸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그들만이 가진 지혜인지도 모르지요. 어쨌든노인들은 지난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보다 더 생생하게 전달됩니 다. 사실 현실에서는 우리가 홀륭한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숨 은 의미나 진한 감동을 찾기 힘들지요. 이야기는 저마다 자신 들만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말하는 입술보다 듣는 귀가 중요하다는 것을. 사실, 말하는 사람은 그 이야기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듣는 쪽에서 무언가 마음이 쓰이는 구석을 찾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야기를 듣는 일이 뭐 이렇게 어렵냐고요? 하지만 그만큼 이야기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니까요.
이건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가장 잘 듣는 사람은 어린 소녀들입니다. 이들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이 야기 속 메시지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소녀들은 현실에서 어떤 일들은 가능하고 또 어떤 일들은 불가능하다고 구분 지 어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은 불가능한 것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신기한 이야기, 다른 어떤 세상의 이야기를 해 주어도 그 속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른 이든 아이든,호기심을 타고났습니다. 지칠 줄 모르고 질문을 퍼부어 대지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경우에도 말입니다. 사물의 본질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을 여성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령에 대해 한 가지 일러두어야겠네요. 아마 당신은 공포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이나 혼령,뭐 그런 비슷한 존재들 을 떠올릴 듯도 합니다. 좀비처럼 무덤에서 일어나 돌아다닌 다든가,서로 머라를 부딪쳐 깨부순다든가,혹은 그보다 더한 짓을 하는 괴물들 말입니다.
내가 말하려는 유령은 영화나 텔례비전에 나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예컨대 내가 만난 수많은 유령 중 사람을 해치는 영혼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조금 조심해야 할 유령이 있긴 합니다. 몇몇 유령은 귀찮기 짝이 없으니까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당신을 붙잡 고 온종일 늘어놓기도 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 놓은 이야기가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을 빌견하면 이야기보따라를 풀어 놓느라 정신을 못 차립니다. 이 유서 깊은 섬과 이곳에 깃든 이야기들을 전한다는 게 뿌듯한거죠.
그러니 혹시 그런 유령을 만나더라도 너그렵게 이해해 주세요. 누구나 완벽 하진않으니까요.
만약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데다가 운까지 따라 준다면 이런 일을 경험할 날이 올 지도 몰라요. 유령이 바로 당신을 지목해서 직접 메시지를 전해 주는 일 말입니다. 이때 당신과 유령 사이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유령은 당신의 삶에 대해서 그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직접 들려 줄 것입니다. 부디 나처럼 실수하지 마세요. 나는 ‘산 위의 여신’을 몰라봤 으니까요. 그녀는 무시하면 안 되는 존재였어요. 이곳 유령 세계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유명 인사거든요.
내가 일부러 여신을 모른 체한 것은 아닙니다. 무례를 범할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었어요.
다만 그 무렵 나는 개인적으로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귀를 잘 기울일 수 없었을 뿐이죠. 여신은 내 삶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를 전해 주려고 했는데도 말입니다. 알고 보니 여신은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길로 나를 이끌어 줄 이야기를 해주려던 참이었어요. 그런데도 나는 귀를 닫고 있었지요. 그녀는 사람들에게 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켰습니다. 내 경험을 말하자면.
그녀는 긴세월을 넘나들며 내 뒤를 따라왔어요. 그리고 결국 나 를 이곳 제주로 다시 이끌어 주었고 내가 미처 몰랐던 사실까지 알려 주었습니다.
나를 이곳에 다시 데려오려고 그런 고 생을 마다하지 않다니,나는 여신에게 무척 감사했어요. 그녀는 옳은 일을 한 거였죠. 이렇게 늦게 돌아오게 된 건 순전히 내 잘못이었습니다. 섬을 떠나 있었을 때,유령들이 얼마나 소중 한 존재이며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죠.
제주는 오래전 떠났을 때의 모습 그대로는 아니었지만,그래도 여전히 제주였습니다. 예전과 달라졌지만 나는 여전히 나 인 것처럼 말이지요. 물론 나는 언제나 화가로 살아왔습니다. 내가 좋아한 화가들 중에는 ‘거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즉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만,세상을 떠난 위대한 화가들은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지금도 나는 그들의 그림을 면밀히 연구합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오래된 화집을 들여다봅니다. 미술관에 있는 그들의 그림 앞에 꼼짝 않고 서 있 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내 자신을 발견합니다.
또하나,내가 깨달은 바를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처럼 어마 어마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홀륭한 작품을 남기고 존경을 받지만,사실 그들 역시 당신이나 나처럼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처럼 괴로워하기도 하고 희망을 품기도 하면 서요.
내가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입니다. 당신은 예술가들이 매우 똑똑하고 현명하기 때문에 자신의 비밀을 아주 교묘하게 감추어 두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그들은 자신의 메시지를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남겨 두었 습니다. 누구라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그것을 찾을 수 있습 니다.
그들은 왜 그런 방법을 쓴 걸까요? 나는 그 이유를 얄아냈습 니다. 만약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면,그것 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면 됩니다. 단,두껍고 무거운 작품집으로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지요. 화가들의 작품집은 가장 안전한 등잔 밑이랍니다. 왜 그럴까요?
작품집에 담긴 글은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사람들은 책에 작은 글자로 쓰인 글이나 각주,부록을 읽지 않아요. 게다가 작품집처럼 크고 무거워서 제대로 들기조차 어려운 책이 또 있나요? 문체는 고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림만으 로도 충분히 볼만하기 때문에 굳이 아무도 그에 대한 설명까 지 찾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책을 곰곰이 읽어 보세요. 바로 그 방식으로 나는 그들 의 비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사람들의 눈을 피해 당신이 가진 엄청난 비밀 을 숨겨 놓고 싶다면,그것을 쪽지에 간단하게 적어 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절대로 자물쇠를 채운 일기장 에 적으면 안 돼요. 잠긴 일기장을 보 면 누구나 그것을 열어 보고 싶어질 테니 말입니다.
도서관에 가서 제일 큰 화집을 꺼 내 글자가 씌어 있는 페이지를 펼쳐 보세요. 거기에 당신의 비밀이 적힌 쪽지를 끼우고 책을 다시 서가에 꽂아 놓습니다. 아마 백 년,아니 천년 이 지나도 당신의 쪽지는 그곳에 그 대로 있을 겁니다.
화가에게 유령의 메시지는 ‘우연한’ 사고를 통해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소한 사고처럼 ‘그냥’ 그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 붓 에서 물감이 뚝 떨어졌는데 더없이 그럴 듯한 곳에 떨어진다 거나,캔버스가 넘어졌는데 일으켜 보니 화폭에 물감이 스며 들어 절묘한 형태가 그려졌다거나 하는 일이 왕왕 있지요. 유 령들은 이런 식으로 행동합니다. 어떨 때는 밤중에 찾아와서 내 그림을 자기 마음대로 바꿔 그려 놓고 가기도 해요.
저자의 메시지
한국인들의 따뜻한 우정과 사랑이 없었다면 다른 나라,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일이 이토록 마음 깊이 다가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무수한 영감을 불러일으켜 준 제주와 그곳 사람들, 그리고 나를 위해 적극 애써주신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그분들의 것입니다.
이 책의 세계를 한 쪽, 또 한 쪽, 자유로이 돌아다니시길 바랍니다. 모든 사진과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함께 어우러질 것입니다. 어떤 것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 의미가 더 명확해질지 모릅니다. 언제든 마음이 갈 때, 그 때 다시 읽어주십시오.
이 책이 당신의 마음에 든다면, 종이가 상하지 않게 책장을 조심히 넘겨주시길. 그리고 다른 책과 함께 책장에 꽂아두시길. 몇 년 후 다시 책장을 펼치면 분명히 지금 본 것과는 다른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후로도 이 책이 당신 곁에 머물러도 괜찮을지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당신의 권리입니다.
예술을 아는 사람은 ‘첫 번째 불꽃’의 열기를 느낀 사람입니다. 그것을 이해하고 잘 키우시기를. 그 순간이 일찍 와서 오래 머물기를. 이 책이 불꽃으로 안내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제주, 말, 소녀들.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간의 내면을 나타내고자 하는 윈저 조 이니스가 책 속에 담은 제주의 풍경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제주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_ 문화체육광부 장관 유인촌
예술에 대한 사랑과 신화와 역사 속에서 구성된 특별한 공간에 대한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제주에 거주하며 저자가 발견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거기에 덧붙여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_한국관광공사 사장 이참
빛과 색에서 진리를 발견한 화가는 이 책에서 '순수' 를 실제적으로 구현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귀 기울여본다면, 달리는 말의 이야기를들을수있을지모릅니다.
_한국미술협회 이시장 노재순
순수함의 발현’이라는 예술의 본령에 충실한 작가, 윈저 조 이니스. 세계적 명성을 지닌 그가 제주도에 머물면서 이루어낸 업적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제주를 넘어 한국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_ MBC 보도국장 박광온
이 책은 예술의 귀중한 발견이자 대지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활기 넘치 는 삶의 웃음과 바다의 향기가 있습니다. 바로 신비의 섬, 제주입니다. 모든 사 람들에게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합니다.
--방송인 임성훈
자연이 선물한 미학적 공간, 제주 그곳에서 피어난 예술의 첫 번째 불꽃!